Time is everything.
‘시간은 돈이다.’라는 속담은 우리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격언 중 하나이지만, 영화 <인 타임> 속에서의 ‘시간’은 버스를 타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자동차를 사는데 필요한 화폐로 쓰입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시간’을 매개로 모든 경제활동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 세상은 격언으로 끝나는 우리 사회와 달리 정말로 시간 자체가 ‘돈’인 세상인 것입니다.
영화 속 사람들은 25세가 되는 날 노화가 멈추고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1년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시간만큼 목숨을 유지할 수 있고, 가진 시간이 ‘0’이 되어 버리면 심장마비로 죽게 됩니다. 사람들은 가진 시간으로 목숨도 유지해야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원 또한 시간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우리 사회의 ‘돈’으로 사용됨과 동시에 그들의 ‘삶’으로 작용합니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노동을 하여 ‘시간’으로 급여를 받고, 서민들은 매우 어렵게 버는 몇 시간의 ‘시간’으로 월세를 내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목숨을 부지합니다.
커피 한잔에 4분, 버스요금 2시간 등 모든 것을 시간으로 값을 치러야만 삶은 살 수 있는 세상인데도, 자신의 목숨을 위해 1초라도 아껴야 하겠지만 인간다운 삶은 위해서는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보입니다. 삶을 계속하기 위한 시간을 벌지 못하고 다 소모해 버려 팔뚝의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심장은 멈춰버리고, 그 대신 늙지 않습니다. 이것을 좋게 말해, 25세가 되면 더 이상 늙지 않고 카운트가 되는 시간만 문제없이 계속 채우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시간을 풍족하게 가진 부자들은 영생을 누리는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은 매일 하루하루를 벌어가며, 목숨을 유지하기도 힘든 삶을 살게 됩니다. 노동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된다면 시간을 훔쳐서라도 삶을 유지하는 세상이 영화 <인 타임> 속 세상입니다.
영화 속 미래 ≒ 지금의 현실
영화 속에 나타난 사회 구조는 영화에 국한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 현실 속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정 주기가 되면 항상 찾아오는 금융위기 때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인원을 감축하고 반드시 필요한 노동력도 값싼 임금으로 대체하여 비용을 줄여왔습니다. 그 과정들이 계속 반복되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이익과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고, 다수인 근로자들은 적은 급여로 한 달 한 달을 먹고살아야 하기에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 힘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었고, 그 격차는 앞으로도 더 벌어질 것이라 전망되고 있습니다.
소득 재분배를 통한 상생 고민할 때
윌에게 시스템에 대한 부조리를 말해 준 ‘헨리 해밀턴’은 자신에게 5분의 시간만을 남겨두고 모든 시간을 윌에게 준 뒤 생을 마감합니다. 이후 윌은 ‘뉴 그리니치’로 가 상류층의 생활을 만끽하는데, 금융재벌 ‘필립’의 저택에서 도박을 즐기던 중 그를 ‘헨리’를 죽인 살인 용의자로 오해한 ‘타임키퍼’에게 붙잡혀 가진 시간을 모두 빼앗기게 됩니다. 곧 죽을 위기에 몰린 윌은 ‘필립’의 딸 ‘실비아’를 납치하여 도주하는데, 윌은 실비아에게 “1시간만 달라”라고 요구하지만, 실비아는 “단 1초도 줄 수 없다”며 윌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이후 윌은 그녀의 아버지 ‘필립’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풀어줄 테니 1,000년을 데이톤 자선단체로 보내라”라고 협박하지만, 필립도 역시나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다.
다른 구역의 부자들은 ‘실비아’의 안위보다는 “시간이 무분별하게 풀리면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고, 필립은 “몸값을 보내지 않았다”며 그들을 안심시킵니다. 자신들이 독차지한 시간으로 자신의 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죽는 것보다 하층민들이 지금보다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돼 자신들이 차지할 시간이 적어지는 것을 더 걱정한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윌은 부자들에게서 훔쳐온 시간을 자신이 독차지하지 않고 하층민들에게 나눠줍니다. 우리 사회도 상생하지 않으면 극심한 빈부격차로 언젠가 모두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여 몸집을 키워온 국내 대기업과 재벌들에게 이 영화가 남긴 메시지는 모두를 위한 상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스템의 문제인가, 그들의 문제인가
영화 <인 타임>은 시간이라는 소재는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인간 삶을 위한 자체인 동시에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세상입니다. 처음 접하는 극적 소재로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후가 문제였습니다. 스토리 구성의 탄탄함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시간’이라는 매개체가 인간에게 주어지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 시스템을 살라스와 실비아가 근본적으로 파훼시키기 위한 동기와 과정이 조금 빈약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단순히 많은 시간을 가진 자에게 빼앗아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스토리적으로 약간의 복잡성이 얽혀 그 시스템이 있어야만 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그 해결 과정을 그릴 것처럼 기대시켰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더 복잡하고 그럴듯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다가 분량적, 스토리적 한계에 부딪쳐 그만둔 느낌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토리에 따라서 어느 정도 복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놀란의 <인셉션>과 같이 말입니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개인의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어진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부를 축적하지만 누군가는 축적할 여유가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빈부격차의 근본적 원인은 사실 자본주의라는 체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파괴시켜 가진 것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된다면 과연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영화 <인 타임>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자본주의와 같은 사회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인지, 단순히 기업들과 부자들의 자본 축적을 위한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인지 조금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빈부격차를 현명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경제사회의 영원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영화 <인 타임> 리뷰를 마치며 다음번에도 더욱 재밌는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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